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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숲과 닿아있는 숲해설가

2020-04-13

 

 

생명의 숲과 닿아있는 숲해설가

 

 

과거 방송인 김제동이 은퇴 후

희망 직업으로 꼽아 화제였던 숲해설가, 기억하세요?

특정 자격증을 이수한 산림환경교육가로,

유아부터 청소년 그리고 성인이 숲과 자연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을 맡습니다.

휴양림이나 지자체에 소속으로,

다양한 단체기관과 협업해 숲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일을 하는데요.

 

올해로 경력 7년 차에 접어든

숲해설가 박진선 선생님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가정주부에서 ‘애벌레 선생님’이 되기까지

 

 

 

▲ 숲을 사랑하는 숲해설가 박진선 선생님

 

박진선 선생님이 숲해설가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원대한 포부가 아니었습니다.

가정 주부였던 과거부터 숲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합니다.

딸 아이와 함께 식물도감을

찾아보는 일상이 그렇게 행복했다고요.

그러던 그는 우연히 숲해설프로그램을

처음 듣고 나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습니다. 

이후 가장 관심을 갖던 생태계로 분야를 

정하고 전문가 자격증을 준비했습니다.

 

 

 

 

선생님은 토양학, 심리학, 생태학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시험을 거쳐

2014년 산림청으로부터

숲해설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자발적으로 방송대학교 농학과 3학년에 편입해

생물학 분야에 공부를 더 했습니다.

사실 숲해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생태에 관한 올바른 마인드와 감수성,

그리고 눈높이에 맞춘 소통이라고 합니다.

 

작은 생명이라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숲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장면을

전달할 줄만 알면 충분하다는 건데요.

그래서인지 주로 유치원과 학교 등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님의 활동명은

귀여운 ‘기린’과 ‘애벌레’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7년

 

 

 

 

딸 아이 한 명으로 시작했던 선생님의 수업은

이제 한 반을 대상으로 할 만큼 커졌습니다.

수업은 주로 학교 인근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이루어집니다.

특히 만물이 잉태하는 초봄은 뿌리에서부터

물이 올라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인데요.

이맘때에는 수피가 얇은 나무에 청진기를 대보거나,

줄기에 알을 낳은 곤충 등을

루페로 관찰하는 수업이 진행됩니다.

수업의 테마는 지식의 습득이 아닌 체험입니다.

선생님은 “도시 아이들 대부분이

숲을 지저분하고 축축한 곳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연에는 좋은 균이 숨어 있거든요.

흙이나 곤충을 직접 만져보며

고정관념을 깨도록 돕고 있어요”라고 강조했습니다.

 

 

 

 

▲ 실제 숲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선생님은 비행 청소년이 생활하는 보호관찰소,

자폐를 앓는 특수학교에서도

다양한 수업을 이끌어왔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보다 진행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숲에서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수업을 시작하는데,

마음의 문을 열면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따뜻한 아이들이에요”

라고 답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맹학교.

색을 보지는 못하지만,

청각촉〮각이 매우 발달한 아이들 덕에

염색,단풍 수업처럼 시각이 필요한 수업도

빠짐없이 진행됐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콩을 관찰하는 시간에도

맹학교 친구들은 달랐어요.

살살 만지면서 냄새를 맡고, 한참을 탐색했답니다”

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에 선생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감동했다고 하는데요.

잊을 수 없을 만큼 정성스럽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숲을 지키고 느끼고 함께하는 방법

 

 

 

 

어떤 수업이든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

바로 숲의 소중함을 깨닫는 겁니다.

수업을 통해 인간도 떨어트릴 수 없는

숲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기는 거죠.

숲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것만큼

숲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멀리 나갈 수 없는

최근에는 숲을 즐기는 게 어렵게만 느껴지죠.

선생님의 대안은 명쾌했습니다.

아파트 공원 걷기, 조그마한 화분 키우기,

꽃차 마시기, 숲과 관련된 책 읽기.

그는 “상쾌함, 행복, 경이로움 같은

작은 감정을 느끼며 걷는 게 중요하죠”라며

“그러다 보면 사람 한 발짝이 작은 곤충과 꽃에는

생사가 걸린 문제라는 걸 알게 됩니다.

우리 움직임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가치관과 행동도

긍정적으로 바뀐다고 생각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숲을 거니는 선생님의 모습에서는

자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묻어 나왔습니다.

선생님에게이 직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는 “일단 아이들로부터 에너지를 많이 받습니다.

수업 준비를 위해 사전답사를 하는데,

그러면서 새로운 것도 많이 보고 배우죠.

그런 사소한 순간이 이 직업의 매력이에요”라고 답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엔

“숲이라는 장소는 계속해서 바뀌고

그 순간에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지금은 마음을 비운 채 그저

오늘에 집중하고 있어요”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숲해설가로서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숲에서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숲치유사’ 박진선의 모습도 그리고 있다고요.

 

 

 

 

박진선 선생님은 자신을 종합예술인이라 칭했습니다.

베토벤의 음악, 가우디의 건축물처럼

숲해설가는 수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소개하고

정서를 환기하기 때문이죠.

이 한마디만 보더라도 선생님에게 숲해설가는

직업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없어

누구보다 속상하다는 그.

하루빨리 숲에서 만날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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