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명품 Burberry, 발 빠른 디지털 마케팅으로 세상을 뒤엎다
2016-10-21
느린 명품 Burberry,
발 빠른 디지털 마케팅으로 세상을 뒤엎다
최근 시대의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변화에 대한 민첩성과 유연성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 대표 제조·생산 기업인 유한킴벌리은 Full-Potential, Digitalization, Agility라는 3대 경영키워드를 정하고 빠른 시대적 변화에 대처, 대응하는 방법을 적극모색하고 있다. 이번 칼럼은 3대 경영키워드 중 하나인 Agility 즉 기업의 민첩성 및 유연성을 극대시키고자 하는 사우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쓰여진 것으로 세계적인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패션 명품 버버리의 혁신적인 디지털 마케팅 전략의 사례를 함께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체크 패션과 트렌치코트의 전설, 버버리는
유연한 태도로 디지털 세상에 적극 대처하고 있는 대표 사례다"
누구보다도 앞장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명품 패션 산업은 이율배반적으로 그 틀, 구조적 변화에 있어서 최후방에 머물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참 느리게 걸어왔다. 장인정신이라는 명품 브랜드들을 움직이는 근간이 느림의 미학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 변화의 움직임은 예상보다 몇 발짝씩 항상 느렸다. 한 땀 한 땀 완성해내는 꼼꼼함이 명품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았고, 시간이 지난다 해도 변화는 없을 게 분명하다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이 활짝 열리고, 느리게만 걸을 줄 알았던 명품 브랜드들이 급속도로 변화의 물결에 편승하고 있다. 특히 체크 패턴과 트렌치코트로 유명세를 떨쳤던 브랜드, 버버리가 유연한 태도로 디지털 세상에서 강자의 모습을 선보이며, 디지털 마케팅의 좋은 예로서 회자되고 있다. 누군가 앞장선다는 건 큰 짐을 짊어지겠다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가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것은 소수, 그러니까 더 이상 그네들만의 리그가 아닌 대중과 함께 소통하겠다는 기존 명품 브랜드들의 움직임과는 판이하게 다른 행보인 것. 버버리는 그 문을 활짝 열어버린 프론티어 같은 브랜드로 칭송받고 있다.
안젤라 아렌츠 전 CEO
"혁신적인 디지털 마케팅과 정면 승부하라!"
버버리는 명품 패션 브랜드 중 디지털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해오고 있는 대표적 브랜드. 2006년 안젤라 아렌츠 전 CEO가 버버리에 입성하면서 그들의 디지털 전략은 시작되었다. 2009년 9월, 버버리는 2010년 상반기 컬렉션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과감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패션쇼는 기자, 바이어, 브랜드 관계자들과 VIP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배타성이라는 명품브랜드들의 특성을 삭제한 채 전 세계 1억 명이 패션쇼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아렌츠의 디지털에 대한 애착은 2010년엔 광고 캠페인에 디지털 인터랙티브 방식을 도입하는 것으로 다시금 증명됐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방식은 온라인 상에서도 제품을 자세히 확대하고, 회전해볼 수 있는 환경을 온라인상에 구축한 것으로 마치 매장에서 쇼핑을 하는 것과 같은 능동적인 형태를 구현해낸 것이다.
그리고 버버리는 다음 해, 온라인에서 버버리의 상징적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 트렌치코트를 비스포크(한명의 취향과 스타일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맞춤형 슈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비스포크 트렌치코트는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나만의 트렌치코트를 주문 및 제작할 수 있도록 한 것. 주문 후 8주 뒷면, 한정판임을 증명하는 특별한 번호를 달고 주문한 고객에게 전달되는 방식이었다. 가격은 비싸지만, 남들과 차별적인 아이템을 원하는 이들에게 꽤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2013년의 버버리는 구글과 손을 잡고 버버리 키시스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플랫폼을 방문한 후 구글 크롬, 카메라, 휴대폰 등의 디지털 기기들을 이용해 화면에 자신의 실제 키스 마크를 담을 수 있게 했다. 또한 버버리에서 제공하는 립 컬러를 선택해 키스 마크의 컬러를 바꿀 수 있게도 했다. 이렇게 만든 키스마크는 SNS를 통해 친구 또는 애인에게 공유할 수 있게 하며 디지털에 감성을 부여했다는 평을 들었다. 버버리 키시스는 디지털 브랜딩의 신의 한수라는 평이 자자했다. 앞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안젤라 아렌츠의 업적을 하나하나 나열할 순 없지만, 단편적으로 2014년 그녀가 애플의 수석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만으로도 그녀의 업적을 가늠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듯하다.
"버버리 등 패션 브랜드들의 디지털화는
명품의 민주화를 이끌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런 패션 브랜드들의 디지털화는 명품의 민주화를 이끌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사실 우리가 기억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그리 많지 않다. 모든 브랜드들이 에르메스나 샤넬, 그리고 디올처럼 사람들의 뇌리 속에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니다. 마케팅 비용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품질은 좋지만, 아직은 영세한 장인정신 가득한 브랜드들은 차고 넘친다. 거대 명품 그룹에 소속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패션의 역사에서 흔적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선 누구나 공평하게 자신을 알릴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여럿 운영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브랜드들이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고 성공한 사례들이 간혹 들려오는 걸 보면, 디지털의 장점을 결코 무시할 순 없겠다. 버버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안젤라 아렌츠가 입성한 후 디지털 세상의 문을 활짝 열어 제친 후 주가가 상승하는 호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디지털 마케팅을 얘기할 때 버버리는 제외 되서는 안 되는 중요한 패션 브랜드가 되었다.
그리고 버버리는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버버리는 매년 4회 선보였던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통합해 1년에 두 번, 2월과 9월에 남녀 통합 컬렉션을 진행하겠다고 널리 알린 것. 그리고 더 이상 S/S나 F/W와 같은 통속적 틀도 저 멀리 던져버리기로 했다. 또한 버버리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브릿, 런던, 프로섬으로 나눈 라벨도 통합하기로 했다. 무거운 짐을 떨쳐버리고 복잡다단한 기존의 방식을 간소화하겠다는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전략적 선택으로 이해됐다. 기존 방식은 현 시대와 맞지 않는 운용방식이라는 판단 하에, 더 이상 구식 시스템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매장에 옷이 도착하는 시기에 맞춰 쇼를 여는 것이 소비자들이 쇼에 등장한 옷을 바로 살 수 있는, 그리고 매출 향상에도 분명 이로울 거라는 실용적이고, 합당한 이유를 들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
"디지털 세상은 치열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버버리는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브랜드다. 버버리의 앞으로의 전략은 변함없이 디지털로 직진할 예정이다. 2016년 가을, 어느 때보다 빠른 변화를 거듭하고 격동의 시기에, 변함없이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순 없다.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그리고 더욱 치열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나아가라! 지금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와 마주할지도 모른다.
글_ 성범수
아레나옴므 플러스 패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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